의학의 발달로 암에 대한 공포는 많이 사라졌지만 유독 췌장암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합니다. 몸속 깊은 곳에 있는 췌장의 암은 발생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고 일찍 발견하는 게 힘들며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췌장암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평소 췌장암 위험인자가 무엇인지 알고 이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췌장암에 잘 걸리는 사람 유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흡연
담배를 피우면 수많은 발암성분이 목을 타고 폐, 위 등 다른 장기로 흩어지고 일부 발암성분은 혈액 속에 스며들어 온몸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일산병원 연구팀이 한국인에서 췌장암의 위험인자를 분석한 결과, 흡연은 흡연상태와 흡연량에 따라 췌장암의 위험도가 증가해 비흡연에 비해 현재 흡연은 1.38배, 1갑 이상 흡연은 1.47배 위험도가 증가했습니다. 특히 금연을 해도 10년에서 20년 동안에도 췌장암 발생 위험률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흡연자는 가능한 빠른 시기에 금연을 실시하는 것이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2. 음주 위험 체질(알코올 홍조 반응)
평소 술을 한두 잔만 마셔도 얼굴이나 목 부위가 홍당무처럼 빨개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를 알코올 홍조 반응이라 부르며 또 다른 말로는 ‘아시안 플러시 신드롬’이라고도 불립니다. 얼굴이 붉어지는 원인은 선천적으로 ‘알데하이드 분해효소(ALDH)’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알코올은 우리 몸에 들어가면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로 바뀌는데, 이를 분해하는 효소(ALDH)가 부족할 경우 독성이 강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체내에 축적이 증가해 그 부작용으로 얼굴 홍조와 함께 다음 날 머리가 아프고 구토가 나는 등 숙취가 심할 수 있으며 문제는 이 같은 증상이 그저 얼굴이 붉어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중증 질환 위험까지 높일 수 있는데 일본 아이치현 암센터 연구팀은 췌장암 환자와 일반인 8백여 명을 대상으로 췌장암 발병 위험성을 조사한 결과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췌장암에 걸릴 위험성이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2018년 영국 케임 브리지대 의료연구위원회(MRC) 부설 분자생물학연구소는 동물실험을 통한 발암성 연구에서 음주 위험체질이 술을 마실 경우 암 발병률이 4배나 높아진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속설에서 '술은 자주 먹으면 주량이 늘어난다'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리 먹는다고 해서 술 분해 효소의 선천적인 기능은 달라지지 않으며 술을 많이 먹으면 주량이 실제로 느는 것 같기도 하고 얼굴이 덜 빨개지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이건 간 기능이 좋아진 게 아니라 뇌 일부가 알코올에 적응한 일종의 내성이 생긴 것일 뿐이므로 본인의 체질에 맞게 술을 먹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3. 비만
췌장은 인슐린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비만이 되면 이 같은 분비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 췌장의 대사 과정에 오류가 일어나면서 암 위험률까지 높아지게 됩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레이첼 스톨첸버그-솔로몬 박사는 50-71세의 남녀 30여만 명을 대상으로 약 5년에 걸쳐 실시한 조사분석 결과, 비만 남녀는 체중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췌장암 위험이 평균 4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으며 전체적으로 체질량지수(BMI)가 올라갈수록 췌장암 위험도 점점 높아졌고 비만이 가장 심한 사람이 췌장암 위험도 가장 높았습니다. 또한 국내 연구에서도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20개 암종 관련 논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췌장암과 직장암, 백혈병, 다발골수증, 자궁내막암, 콩팥세포암종 암은 비만과 암 발병 상관관계가 '확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평소 고지방, 고칼로리 식단을 피해 비만을 방지하고,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하는 식생활 개선과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도 췌장암을 예방하는 좋은 습관입니다.
4. 제2형 당뇨병(높은 공복혈당)
제2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혈당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을 상실할 때 발생하고, 이 때문에 혈중 인슐린수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게 되며 인슐린은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인슐린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면 췌장의 암세포 형성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췌장암 발생 위험이 1.3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다른 나이대에 비해 50대가 당뇨병을 새로 진단받을 경우 췌장암 발생 위험이 1.53배 컸으며 특히 췌장암 발생 위험을 2배 이상 증가시킨 주요 요인은 '높은 공복혈당'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복혈당이 100~125면 췌장암 위험이 1.42배 126 이상이면 2.07배로 증가했습니다
5. 가족력(유전)
암은 가족력이 5~10%를 차지하는데 특히 췌장암은 최대치인 10%여서 유전성이 매우 강한 편입니다. 때문에 직계 가족 중에 50세 이전에 췌장암이 발병한 사람이 있거나 나이와 상관없이 췌장암 환자가 2명 이상 있는 경우에도 가족성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췌장암은 조기 발견도 어렵고 일단 암이 진행된 후 발견되면 생존율이 굉장히 낮은 무서운 질환이므로 암에 걸리지 않게 흡연, 잦은 음주 등을 피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등 평소 건강을 관리하는 습관이 중요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췌장암에 잘 걸리는 사람 유형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암이 진행된 후 발견되면 생존율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암에 걸리지 않게 흡연, 잦은 음주를 피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등 평소 건강을 관리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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